SABI SPACE
작성일
2023. 2. 19. 19:53
작성자
4B

[부르고, 불리며, 기다리다]

 

쟈우 쟈그 :

……이 마을은 원래 우주의 운명을 연구하기 위한 곳이라서 왕년에는 많은 이아가 이곳을 찾아왔었지.

그러니 거기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신기한 일은 아니야.

하지만 그 녀석은 너무나 오랫동안 줄곧 기다리기만 하다가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렸어.

그런데 네가 와 준 덕분에 녀석은 기다림에서 해방되었지.

드디어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야.

녀석의 시간을 움직이게 해 줘서 고맙다.

 

그나저나 네가 '큐우'가 아니라

'쿠우'라고 제대로 발음해서 다행이야.

'큐우'로 발음하면 욕이 되거든…… 후훗.

 

 

 

[누가 이아를 이아로 만드는가]

 

보프 보크 :

자아의 소실을 막으려면 다른 이를 만나서 자신의 존재가 변함없는지 확인받으면 돼.

그래서 친구를 찾고 싶은데…… 요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어쩌면 친구가 나보다 먼저 자아를 잃기 시작했을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완전히 자아를 잃기 전에 찾아야 해.

 

(중략)

 

만약 친구를 발견하면 여기로 데려와 줘.

 

마을 안에서는 친구가 보이지 않았어.

이미 자아를 잃어버렸다고 해도 나는 내 친구가 필요한데…….

 

(중략)

 

그래, 내 친구가 틀림없군…… 가엽게도.

그래도 데려와 줘서 고맙다.

덕분에 친구를 내 안에 흡수할 수 있겠어.

 

친구가 나란 존재를 인식할 수 없다면 그 기억을 직접 내 몸에 흡수하는 방법밖에 없잖아……?

그래그래, 내 친구의 기억이 틀림없군…….

아아…… 나에 관한 기억도 있군.

덕분에 내 정체성을 조금 더 유지할 수 있겠어.

다행이다, 다행이야…….

 

(중략)

 

나는 이렇게 존재했고 네 앞에서 시구를 읊었어.

설령 내가 언젠가 자아를 잃더라도 이 사실은 네 안에 남겠지.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위안이 돼.

나를 위해 귀중한 시간을 내어 줘서 고마워.

너라는 존재가 네 안에 언제까지나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