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밍웨이: 울티마 툴레는 '마음만이 진실이 되는 우주'…… 그럼 이것도 누군가의 마음이 만들어낸 것일까요?
M-104: 삐삐…… 스티그마-4가 보유했던 데이터를 조회……. 우주 진출을 이룬 우리 알파트론 문명의 군단이 소행성대에서 접촉해 교전했던 문명입니다.
고도나 문명인은 규소 생명체였다고 분석되어 있으나 당시 우리는 그들의 기계 병기가 문명의 주인이라 생각해 철저히 공격해 순식간에 멸망시켜 버렸습니다. '고도나'라 불리는 그들 문명의 주인이 대체 어떤 생물이었는지는…… 아직 해석 중입니다.
M-104: 지직…… 메테이온이 8번째로 접촉한 문명입니다. 아이테리스의 인간과 매우 닮은 모습의 유기 생명체 '카렐리언'이 고도의 문명을 이루고 살았던 듯합니다. 여러 전란을 겪은 뒤, 별 전체를 통치할 단일 정권, '세계연방'을 발족하고 영원한 평화를 실현시킨 듯이 보였지만, 자유를 원하는 혁명 세력 '자유연맹'이 나타나 내전이 일어났습니다.
이 전쟁이 사실상의 최종 전쟁이 되어 멸망의 길로 곧바로 돌진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본질은 품격이 높고 이지적인 생명체였던 듯합니다.
N-7000: 저쪽을 봐 주십시오. 스티그마-4가 재현한 고객 1호 및 고객 2호인 '카렐리언'분들입니다.
고결한 세계연방 병사: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반역자 자식! 당장 갖다 버려도 시원찮을 네놈의 끔찍한 사상을, 그 추하고 더러운 머리 장비와 함께 아작 내주겠다!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계연방이 주도하는 평등한 통치가 필수다……! 이에 저항하는 자는 숙청되어야 마땅하다!
용감한 자유연맹 병사: 뭣이 어째? 자유를 빼앗는 세계연방의 꼭두각시들! 그 촌스러운 헬멧 밑에 조금이라도 뇌가 있다면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이란 걸 해라! 소통하지 않는 연방의 상층부는 썩을 대로 썩었어! 게다가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정해진 틀에 가두려 해? 너희들이 말하는 평화는 감옥과 똑같단 말이다!
재밍웨이: 보시다시피 재현되자마자 서로 총을 겨누며 대립하고 있어서 전혀 카페를 즐길 만한 상태가 아니에요!
N-7000: 카렐리언의 고향 별은 통일 체제 '세계연방' 아래 번영했습니다만, 억압적인 통치에 반발하는 반정부 세력 '자유연맹'이 활동을 개시. 그 대립이 전쟁으로 번져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합니다.
재밍웨이: 평화를 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텐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서로 으르렁거리게 되었을까요…….
*
스티그마-4: 통신 중…… 통신 중……. 재현된 고객 1호 및 고객 2호에게 식사 제공을 시도했으나 격렬한 거부 및 총기를 이용한 저항 발생.
재밍웨이: 저, 저항이라고요~!? 아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스티그마-4: 먼저 털북숭이 유기 생명체의 지시대로 갓 재현하여 신선한 '대량 생산 당근'을 제공. 결과, "이런 건 요리가 아니야"라며 본 기체를 꾸짖음. 대신 요리라 할 수 있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 생성된 고도나 오일과 오미크론 윤활유를 제공했으나 두 명의 유기 생명체는 이를 모두 거부.
또한 통신 회선에 담기 힘든 단어로 본 기체를 매도하였기에 이를 카페에 대한 반란으로 간주한 고도나 수호자가 즉각 대응. 현재 격렬하게 교전 중. 본 기체에 의한 중재는 불가능하다고 판단. 이상, 통신을 종료한다…….
*
고결한 세계연방 병사: 우욱, 입안에 기름기가 가시질 않고 아직도 약품 냄새가 나……!! 자유연맹 놈과 동석한 것도 짜증나는데, 이런 취급을……!
용감한 자유연맹 병사: 기계생명체 전용 카페라고!? 난 세계연방의 평화수호자가 아니라고! 카페라는 이름으로 영업할 거면 좀 더 먹을 만한 걸 내놔! 고향이 전쟁 중일 때도 이보다는 먹을 게 있었다고!
고결한 세계연방 병사: 분하지만, 이것만큼은 자유연맹 놈하고 같은 의견이다. 수상한 합성 채소만으로도 모자라 기계 기름까지 먹으라니…… 이 카페의 목적은 손님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인가?
용감한 자유연맹 병사: 우리가 먹는 식량은 전자동 설비에서 키운 작물이야! 콩으로 대체육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것까진 바라지도 않는다고! 간단한 샐러드라도 좋으니 내놓으란 말이야!
고결한 세계연방 병사: 이 녀석과 같은 의견이다. 하지만 조금 전에 나왔던 것 같은 합성 채소는 안 돼. 수상하기 짝이 없는 유전자 조작 식품도 마찬가지다!
*
고결한 세계연방 병사: 별나게 생겼지만 흥미롭군. 우릴 위해 만들었다고 하니, 어디 한번 먹어볼까.
용감한 자유연맹 병사: ……맛있군. 고향에선 먹어본 적이 없는 맛이야. 어이, 전자동 설비로 만든 작물로는 이런 섬세한 맛을 못 내잖아? 여러 맛의 채소가 섞여 있으니까 맛있어!
고결한 세계연방 병사: 세계연방이 자랑하는 전자동 플랜트는 균질한 식재료를 전 세계에 공급하여 기아를 근절시킨 실적이 있다. 무례한 말은 모욕으로 치부하겠다. 하지만 이 샐러드는 아주 깊은 맛이 나는군……. 전자동 설비로 수많은 재배 품종을 관리하긴 했지만, 도입 과정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맛도 꽤 있으니 말이지…….
용감한 자유연맹 병사: ……기아 근절이 우선이냐, 좋아하는 걸 먹을 자유가 중요하냐의 갈림길이군. 음식 이야기에 한해서는 양쪽 다 일리는 있어. 별다른 차이도 없는 이념일 뿐인데 서로 절대로 물러서지 않고 버텼던 건가. 우리의 전쟁은 고작 그런 이유로 시작됐을지도 모르겠군.
고결한 세계연방 병사: …………자유연맹에 속한 네놈이 그런 말을 할 줄이야.
*
재밍웨이: 만약 두 분이 서로 협력해서 작물을 키워주신다면 훨씬 더 다채로운 채소를 즐길 수 있게 될 거예요!
고결한 세계연방 병사: 그 제안…… 나는 받아들여도 좋다. 정의를 위한 길이라 믿고 교전을 치른 결과, 고향은 멸망했다. 같은 과오는 피하고 싶으니 그 별에서 새로운 정의를 찾아보겠다. 전쟁의 화마에 휩싸이지 않은 곳, 죽음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검은 흙…… 그곳에 깃든 강한 생명력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다!
용감한 자유연맹 병사: 이 녀석과 손을 잡는다는 게…… 내겐 쉬운 선택이 아냐. 하지만 또다시 전쟁으로 얼룩진 절망의 나날로 돌아갈 바엔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 ……좋아, 결심했어! 농업이든 뭐든 해볼게! 일단은 총부터 내려놓고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를, 우리의 다른 길을 확인해보고 싶어!
고결한 세계연방 병사: 그래……!! 우리가 직접 그 별을 다양한 작물로 채워보자!
*
고결한 세계연방 병사: 신기하게도 어느 틈에 고향 별의 기계까지 나타났더군. 그것도 전자동 플랜트가 생기기 전에 사용하던 농업용 기계. 그걸 당장 활용해보려고 한다.
용감한 자유연맹 병사: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나서부터 왠지 모를 희망과 의욕이 점점 더 샘솟고 있어! 어떤 밭이 될지 상상했더니 이렇게 되어 버렸다고!
M-104: 삐삐…… 메테이온이 6번째로 접촉한 문명입니다.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해양 행성에 발생한 문명으로, 바다짐승과 닮은 지적 생명체 '그레불로프'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명의 발전 단계에서 심각한 해양 오염이 발생했고, 인구 밀도도 높아지면서 육체가 부패하고 변이하는 전염병이 전 행성에 퍼지면서 멸망한 모양입니다.
멸망 직전에는 병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레불로프 동족간 적대 행동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재현된 각 개체는 선량 그 자체라고 판정됩니다.
N-7000: 삐삐삐…… 해양 행성 출신의 '그레불로프'들입니다. 바다에서 육지로 진출해 연금술 중심의 문명을 이루었습니다. 주식은 생선이지만 채소류도 먹기에 샐러드는 적절해 보입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레불로프: ……으으, 훌쩍…… 우엥…….
추억에 잠긴 그레불로프: 하아…………………….
재밍웨이: 어머, 어머머!? 채소 요리가 입에 안 맞으시나요……!?
N-7000: 유기 생명체가 식사를 선택할 때의 불확실성…… 이른바 '취향' 및 '기분'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본 기체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추억에 잠긴 그레불로프: 하아…… 미안, 모처럼 준비해준 식사인데……. 신선한 채소라는 건 정말 기쁘지만…….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레불로프: 훌쩍…… 먹을수록 자꾸만 고향 바다가 그리워서. 그리고 그 풍요로운 바다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떠오르는 바람에……!
재밍웨이: 아, 그렇군요? 아무튼 채소 요리는 드리면 안 됐던 거군요. 그럼 대신 뭘 내어 드려야……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레불로프: 주긴 뭘 줘, 우리는 이미…… 우엥…… 훌쩍…… 우와아앙!
재밍웨이: 앗, 그레불로프님들! 어쩌죠,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어요……! 사정은 잘 모르지만, 저렇게 절망하면 우주의 뒤나미스와 새로운 별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
*
N-7000: 삐삐삐…… 여기까지 오는 길에 그레불로프 모습은 없었음. 포털을 사용하여 오미크론 기지 방면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재밍웨이: 그래요, 그들도 고도의 문명을 갖고 있었으니 포털 조작이 가능하다 해도 이상하지 않겠군요.
대기 특화형 오미크론: 지지직…… 본 기체는 해당 유기 생명체를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포털 이용 이력에서 미등록 유기 생명체 기록을 확인. '방치된 포털'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
냉소적인 이아: 그래, 강철 갑옷을 전신에 두른 묘한 생물 말이지? 심하게 초췌한 모습으로 물가를 찾아 헤매고 있더군. 그래서 '망설임의 샘'을 가르쳐 줬지. 특정 환경에서 마음의 평안함을 추구하다니 너무나도 고전적인 행위여서 옛날 생각이 나더라니까.
N-7000: 삐삐삐…… 그들은 육지 생활에 적응해 문명을 이뤘습니다만, 분류상 해양 포유류이며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본능적인 행동으로 물가를 찾아간 것으로 추측됩니다.
냉소적인 이아: 사람을 찾으러 '망설임의 샘'까지 간다고? 다른 개체에 대해 신경 쓴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왠지 부럽기조차 한걸.
추억에 잠긴 그레불로프: ……기계와 철밖에 없는 별을 빠져나와 어렵게 찾은 곳이 헤엄조차 칠 수 없는 이런 물웅덩이라니…….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레불로프: 훌쩍, 고향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 어째서 우리가 이렇게 기묘한 장소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역시 '바다'를 잃어버린 거야……!!
*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레불로프: 너무, 너무 좋은 냄새가 나……! 그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추억에 잠긴 그레불로프: 이것은…… 바다 냄새! 그리고 우리가 사랑한 '바다'의 맛이 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레불로프: 맞아, 딱 그거야! 내 몸에 흐르는 피처럼 아주 친숙하게 느껴져……! ……이걸 먹으니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 과거의 고향을…… 깊은 바다의 아름다움을!
추억에 잠긴 그레불로프: 그래, 맞아……. 그 바다가 그레불로프의 생명과 문화를 키워주었지. 그런데 우리는 사랑해야 할 바다를 더럽히고 말았어……. 만약 우리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아름다운 바다를 지켜낼 텐데……!
*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레불로프: 엘리시온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정말 신선해! 고향 바다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야!
N-7000: ……이번에 일어난 현상에는 주목할 만한 점이 있었습니다. 재현된 그레불로프들이 멸망 직전에 일어난 사건을 바로 조금 전 기억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진심으로 멸망을 한탄하고 바다와 다시 한번 마주할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다…….
카페 운영을 통해 그런 의지를 도와주는 일은 우리의 생존 명령상, 의미 깊은 행동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의문도 남습니다. 애초에 뒤나미스에 의한 재현체에 지나지 않는 우리가 과거의 삶을 계속해서 살아나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재밍웨이: 오옷, 당신들이 새로운 종족이군요? 으흠, 벌써 다른 문명과 교류를 하고 계시는 건가요~?
조용한 재현체: ………………………….
M-104: 삐삐삐, 끼이잉…… 숭고한 신개념을 학습. 강하게 입력된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라는 사상에 공명하여 자아를 강제 종료, 완전한 기능 정지 단계를……
조용한 재현체: ……본 개체와 모든 개체가 공유한 해답을 얻은 듯하구나. 귀 개체도 모든 개체의 일부가 되어 극도의 평안에 이를지니. 운명이 정해진 우주에서 삶을 계속 영위할 이유는 없다…….
재밍웨이: 어어, 어어어ーーー!!? 잠, 잠깐만요! 그 사상은 갑자기 퍼뜨리기엔 자극이 너무 강해요ーーー!!
*
N-7000: 삐삐삐…… 고객 5호와 고객 6호, 이들은 '니비룬'입니다. 불사의 육체를 보유한 상태로 모든 개체와의 상호 이해에 도달, 죽음과 전쟁 같은 슬픔을 배제하는 데 성공한 희귀 종족입니다. 하지만 슬픔뿐 아니라 기쁨도 찾아낼 수 없게 되자 모든 개체가 '스스로를 무로 돌리는 시스템' 구축을 선택해…… 결국 자멸했다고 합니다.
기능 정지 단계 중단을 실행합니다. 기체의 결함 수정을 개시…… 행동 선택 알고리즘과 자가 수리 기능 모두 손상 없습니다.
달관한 니비룬: 이런…… 어째서 본 개체가 선사한 깨달음을 퇴보시키는가? 라라의 마중을 기다리기 위한 황금의 축복이거늘.
재밍웨이: 으음, 독특한 사상을 전파시키는 일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군요……! 카페에 머무르게 하면 다른 종족분들에게 어마어마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지도 모르겠어요……!!
N-7000: 삐삐삐…… 본 기체가 귀 개체에게 제안합니다. 이 우주에는 절망 직전의 모습으로 재현된 종족이 다수 있습니다…… 각 거점을 방문하면 사상의 동질성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달관한 니비룬: 그것은 실로 본 개체에게 유의미한 제안이군. 다른 별의 문명과 평등하게 존재의 무가치성을 확인할 수 있다니.
N-7000: 이곳 울티마 툴레는 잔해별로 만들어진 우주입니다. 귀 개체는 각 지역을 방문하여 그 불완전성을 즐길 것을 추천드립니다.
달관한 니비룬: 흥미롭군…… 실로 흥미로워. 귀 개체와는 훗날 종말을 맞기 전, 좋은 상호이해가 가능할 듯하군.
N-7000: 당신들 인간은 메테이온에 의해 재현된 종족들에게 절망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종족 전체가 절망에 빠질 위험성은 낮다고 판단됩니다.
*
달관한 니비룬: 이 땅도 좋군……. 생명에 대한 방관, 쇠퇴한 고향 별로 이어지는 슬픈 노래……. 하지만 선잠을 깨우려고 하는 개체는 대체 누구지……?
M-104: 삐삐…… 메테이온이 세 번째로 접촉한 문명입니다. 육체에서 빠져나와 정신체로 활동하기를 선택한 종족이며 서로를 '이아'라는 종족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페 손님으로 부르기 위해 새롭게 재현된 종족이 아니라 원래부터 이 우주 영역에 재현된 존재를 맞이하는 일은 본 카페로서도 의미심장하다고 판정할 수 있습니다.
제공되는 요리 및 미우 미쉬와의 교류뿐 아니라 카페에서의 대화가 정신적 자극이 된다며 평판이 좋습니다. 단골고객이 되어 가는 중입니다.
이론가 이아: '카페'라는 곳은 식사도 하고 교류도 하는 곳인가. 이곳에도 과거 비슷한 형태의 집회소가 있었어. 우리 회고주의자들이 모이는 '레스토랑'도 그 흔적이지. 하지만 아주 먼 옛날에 버린, 불필요한 문화의 일부야. 영양보급의 형태를 다양하게 바꾸고, 실없는 소리만 지껄이는 곳. 자네들은 고작 그런 장소 때문에 혈안이 되어 있는 건가?
궤변가 이아: 흠, 오스트라콘 에나 방면으로 우주의 자원이 모여서 새로운 가치 창출 행동을 하고 있을 줄이야……. 최근 소란스러웠던 것은 그 때문이었나. 하지만 한 번 모든 일을 매듭지었던 우리에게 죽은 태양을 바라보며 '희망'을 이야기하라니…… 이리도 아이러니할 수가 있단 말인가.
*
궤변가 이아: 음, 우리 같은 자칭 회고주의자들은 '레스토랑'에서의 에테르 보급을 '식사'라 칭하고 있지. 싱싱한 고순도 에테르는 정말이지 끝내주거든!
궤변가 이아: 그런데 자네들이 가진 미각은 음식물의 상태를 감지하는 것 외에 육체가 충족감을 얻기 위한 부차적인 기능에 지나지 않을 터. 육체 감각 중에서도 중요도가 낮다고 보는데, 과연 가치가 있나? 미각이 생명 활동에 미치는 중요도와는 상관없이 자네들이 카페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그것을 압도하는 만족시킬 수 있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건가?
이론가 이아: 아니지, 육체 감각 중 무엇에 의해 정신적 충족을 느끼는지는 감각 기관을 가진 개체마다 차이가 있을 텐데, 우리가 미각으로 만족할 수 있다고 어찌 단언할 수 있나?
*
궤변가 이아: 오오………… 이것이 미각……!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 각각 다른 감각으로 구성된 정보의 홍수는 감동적이기조차 하군! 물론 이렇게 느끼는 방식이 과거의 육체와 같은지는 모르겠군. 하지만 자네가 느낀 맛을 받아들임으로써 잠시나마 육체가 생겼다고 착각할 정도였어.
궤변가 이아: 마음에 들었다는 건…… 아, 그래. 과거 우리가 좋아했던 식재료에 가까운 맛인지도 모르겠어. 왜 우리는 타고난 미각을 버리는 길을 택한 것일까.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다시 한번 맛볼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해.
*
N-7000: 거기에 이아들이 품은 '육체에 대한 동경'이라는 마음이 더해지자 뒤나미스가 움직여 생명체로 결실을 맺은 것……. 본 기기는 그렇게 추측합니다.
재밍웨이: 대단해요, 지금까지 이곳에 살고 있던 것은 재현체뿐…… 그런데 이곳에서 신종 생명체가 탄생하다니요……!
해파리를 닮은 부유 생물: 미미, 미미미!
재밍웨이: 후후후, 귀엽네요! 마치 이 별의 아기 같은 느낌이에요!
궤변가 이아: 아기라…… 우리가 마지막으로 그 존재를 품에 안았던 것이 언제였던가.
이론가 이아: 이제와 이 몸에 육체를 되돌릴 수는 없어. 하지만 한 번 버린 모습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저 생물의 형태로 태어났다면…….
궤변가 이아: 우리가 버린 모습은…… 머나먼 기록 속에 있는, 우리의 유체 시절의 형태와 비슷할지도 모르겠군.
재밍웨이: 그야말로 이아 여러분의 마음에서 태어난 모습이군요! 그렇다면 저 아이들을 뭐라고 부를까요? 여러분의 마음이 담긴 이름이 좋을 것 같아요.
이론가 이아: 이름이라……. 그렇다면 우리 개체명의 발음을 따서 '미우 미쉬'라고 부르는 건 어떤가? 한 번은 의미조차 없이 소리의 기호로 변한 우리의 이름이야. 언젠가 다시 한번 이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재밍웨이: 네네, 진짜 멋진 이름이에요!
궤변가 이아: 게다가 저 아이들을 관찰해 나간다면 과거 우리가 좋아했던 맛과 되찾고 싶은 확실한 모습까지, 좀 더 여러 가지를 알게 될지도 모르겠군. 이 별의 어린이들을 천천히 지켜보면서 잃어버린 육체의 기억을 더듬어 보기로 하지…….
*
N-7000: 삐삐삐…… 이아족은 아직 자기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때문에 온갖 미각을 원하고 있으므로, 어떤 의미로는 다른 어느 종족보다 대식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궤변가 이아: 마음의 힘으로 움직이는 뒤나미스는 실로 흥미로운 에너지다. 이아족을 이 우주에 재현한 원천은 과거에 우리가 가졌던, 어떤 미련 같은 것일까?
M-104: 삐삐…… 메테이온이 18번 째로 접촉한 문명입니다. 동맹자에게는 드래곤족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겠습니까? 당신과 털북숭이 카페 마스터, N-7000이 최선을 다한 덕에 그들도 카페 '라스트 렘넌트'를 찾아오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그들의 용시에 흥미를 보이는 자도 늘어나 드래곤족이 타 종족과 교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슬슬 카페에서도 시낭송 콘테스트를 주최해야 할까요.
슬퍼 보이는 드래곤: ……조그마한 털 뭉치가 왜 이렇게 고함을 치나 했더니……. 이 땅을 방문해 우리가 원하던 안개를 걷어준 작은 자의 동행인가……. 안개가 사라졌어도 나는 여전히 여기서 깊은 잠을 원한다……. 나의 선잠을 방해하다니 참으로 무례한 행위로구나…….
재밍웨이: 자자, 그런 말씀 마시고요! 저희 카페 '라스트 렘넌트'로 이 우주의 모든 종족이 모여 주셨으면 해요! 카페를 운영하는 오미크론들에게 복잡한 감정을 갖고 계시겠지만…… 실은 그래서 더 카페를 방문해 주셨으면 해요!
슬퍼 보이는 드래곤: 그 강철 군단에게 패배한 일조차 지금은 아득한 과거의 일……. 이렇게 그 일원을 눈앞에 두고도 이미 원망의 눈물조차 다 말라버린지 오래다……. 그저 이 영원과도 같은 선잠 속에서 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기만을 기다릴 뿐…….
N-7000: 삐삐삐…… 썩어 문드러지기만을 원할 뿐이다……. 그렇다면 알파트론 문명에 대한 원망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말입니까? 원망조차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하기 전에 이를 테면 본 기체에게 복수를 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다시 일어설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제가 피험체가 되겠습니다.
슬퍼 보이는 드래곤: 강철 덩어리 하나를 이 땅에서 토벌한다 한들 무엇이 바뀌지……? 이미 늦었고 모든 것이 끝났다……. 너희가 말하는 '카페'란 결국 과거 용들이 용시를 나누기 위해 모인 영봉의 기슭 같은 곳이겠지. 우리는 그것을 잃었다…… 우리는 애도했다……. 그 뒤로 긴 세월이 흘러 이제는 미련조차…….
아아, 영봉의 바람이여…………. 이제는 떠올릴 수조차 없구나…….
*
비도프니르: 작은 자여……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가? 별의 종말을 둘러싼 전쟁을 끝낸 후에도 여전히 바쁜 모양이구나. 호오…… 참으로 특이한 일행과 함께 왔구나. 별의 의지를 따르는 자와 하늘 끝에서 만난 군단이라니.
용의 별은 한때 용의 시조가 머물다 떠난 적이 있는 곳이다. 그 별을 멸망시킨 강철 문명과도 인연을 쌓고 있다니……. 아주 머나먼 옛 존재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드는구나.
N-7000: 삐삐삐…… 그 용과 동종 생명체라는 것이 놀랍습니다. 울티마 툴레에서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비관적이던 용이 이 땅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몹시 온화합니다. 오는 길에 재밍웨이로부터 이 별의 역사에 있어서 동맹자와 드래곤족의 관계에 대한 정보를 획득했습니다. 이 개체와 동맹자 사이에는 깊은 신뢰가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 함께 싸워 '희망'을 품어 왔던 것이 이렇게 상황을 좋게 바꾸는군요.
비도프니르: 듣자하니 상당히 비탄에 빠져 있는 듯하구나. 용의 별의 예전 모습을 알면서도 떠올리지 못하고 있을 테지. 나의 조상 흐레스벨그는 아버지 미드가르드오름에게 수도 없이 용의 별의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용의 별에 있는 높은 영봉과 비슷한 풍경을 찾아나선 끝에 니드호그와 함께 솜 알을 보금자리로 선택했다고 들었다. 따라서 권속인 우리들은 이 땅에 애착이 있다.
아름다운 영봉의 지난날의 모습…… 하늘 끝에서도 동포가 그 아름다움을 다시금 마음속에 그릴 수 있도록 일종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
재밍웨이: 샬레이안이 수집했던 조리법 중에 솜 알의 풍경을 본떠서 만든 이슈가르드 과자가 있었어요. 그걸 토대로 응용해보면 될 것 같아요!
비도프니르: 그것 참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구나. 그래, 세상 끝에 있는 용과의 유대감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다면 이 땅에서 채집해 가도 좋다. 용의 식탁에 수정을 품은 물고기가 있다. 인간이 '비취수정어'라고 부르는 그 물고기는 용의 별의 영봉과 매우 비슷한 빛을 발한다고 선조께서 말씀하셨지.
세계를 구하려면 힘만 있어서는 안 될 테지. 용맹한 인간이여, 그대는 그런 식으로 계속 걸어가고 있구나…….
*
슬퍼 보이는 드래곤: 맛이 나는 것을 입에 넣은 지가 오래라…… 입맛에 맞는지조차 바로 떠올릴 수가 없구나. 하지만 이 사랑스러운 과자의 모양은, 듣고 보니 정말…… 용의 별의 가파른 봉우리, 그것을 둘러싼 기슭의 구름바다……. 아아, 세상에…… 날개 사이를 가르는 바람까지 살렸구나…….
카페라는 장소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구나. 하지만 다른 별을 찾아가 옛 동포에게 조언을 구하면서까지 그대들은 나를 위해 이것을 준비해 주었다. 그대들의 그런 '마음'이…… 있어서겠지. 그것이 내 지난날의 고향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래, 그 광경을 떠올릴 수 있어 몹시도 행복하구나……. 우리는 그 아름다운 별을 날아다녔었지…….
이 그리움을 리아 타라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용에게도 전하고 싶다. 계속 한탄만 하지 말라고, 적어도 따뜻한 선잠 속에서 그 별을 계속해서 생각할 수 있노라고…….
*
슬퍼 보이는 드래곤: 머나먼 별에서 살아남은 동포가 나의 희망을 이어주었다. 언젠가 그 용을 만나 보고 싶다는 이루지 못할 소망을 품게 되는구나…….
N-7000: 과거의 알파트론 문명은 생존 전략으로 전투 경험의 축적과 자기 진화를 택했고, 그로 인해 수많은 다른 별 문명의 미래를 짓밟아 왔습니다.
하지만 본 기체가 당신들과 함께 시작한 카페는 재현체들을 위로하고 별을 눈부시게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신생 알파트론 문명이 이룬, 위대한 한 걸음입니다.
한 번은 충분한 결과를 냈다는 판단을 내리긴 했습니다만…… 지금 이 별에는 새로운 생명이 있고 모두의 삶이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의 힘이 넘치고 있으며 계속해서 순환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가 '가능성의 영속'을 이곳에서 계속 증명하는 것. 그것은 과거에 대한 속죄이자 동시에 새로운 사명일 것입니다.
이 별, 그리고 갓 태어난 불안정한 생명의 싹을 키우며 스티그마들조차 계산하지 못한 미래를 계속해서 그려나가는 것. 그것을 우리의 새로운 생존 목표로 삼겠습니다!
N-7000: 기대하고 결과에 만족감을 얻는 것……. 이것이 유기 생명체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쁨'이라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