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복슬이]
소심한 관리인
아아, 어쩌지? 어떡해야 하지…….
우리 귀여운 복슬이가…… 에헴, 보관원의 샘플이 도망치고 말았어요!
어, 그게 제대로 설명부터 해야겠네요. 제 이름은 응웰리 티아. 아르케이온 보관원의 관리인이에요.
응웰리 티아
보관원은 세계 각지에서 모아 온 다양한 자료를 보관하기 위한 시설인데요. 그 샘플 중 하나가 도망치고 말았어요……!
심지어 그 샘플은 연약한 어린 트롤이라서 돌아다니는 육식 동물에게 습격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서둘러 여기까지 찾으러 왔는데 전혀 보이지를 않네요.
당신은 외지에서 오신 분인가요? 보상은 꼭 드릴 테니까…… 샘플을 찾을 수 있게 꼭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부터 낙농장 쪽을 찾아볼 테니 당신은 '제33기 확장 갱도' 쪽을 부탁드려요.
어린 트롤을 찾든 못 찾든 아르케이온 보관원에서 만나기로 해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응웰리 티아
그래요, 갱도 쪽에도 없었나요? 아쉽지만 이쪽에도 없었어요.
하지만, 아침이슬 숲에서 샘플을 목격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쪽에서 흔적을 찾아보고 싶은데 부디 조금만 더 함께해주세요!
응웰리 티아
이, 이 작은 발자국은…… 틀림없어, 복슬이야!
에헴, 샘플의 발자국을 발견했어요. 분명 이 앞에 있을 거예요. 만약 어떤 생물에게 습격당하고 있다면 격퇴해 주세요!
다가가보자...
응웰리 티아
아아, 큰일이다! 복슬이가 사나운 트롤에게 습격당하고 있어요! 저들을 쓰러뜨리세요!
응웰리 티아
감사합니다. 아아, 무사해서 다행이다…….
복슬아, 이제 괜찮아. 나랑 같이 집에 가자.
복슬이
우물우물…… 우물우물…… 닥쳐…… ……우물우물…… 이 얼간이!
복슬이
우물우물…… 보관원의 자료에 위기가 닥쳤다고! 내가 어떻게든 해야 해!
복슬이
우물우물! 당신, 내 말을 알아들어……!?
응웰리 티아
저, 저기…… 혹시 이 아이와 대화 중이신가요?
맙소사! 복슬이가 인간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을……!?
이 어린 트롤은 라비린토스 안에서 태어났는데 어미에게 버림받아 쇠약해진 상태였어요.
그걸 발견한 관리국 직원이 거두고 키웠는데 다른 트롤보다 월등하게 똑똑한 면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인공 육성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샘플이 되었죠.
응웰리 티아
보관원에서는 종종 자료를 읽고 있는 듯한 몸짓을 보였는데 그저 인간을 흉내 내는 줄로만 알았어요. 설마 진짜로 언어를 이해하고 있었을 줄은…….
그런데 전 도무지 못 알아듣겠어요. 당신은 어떻게 알아들으시는 거죠……?
응웰리 티아
그, 그래요……!? 아무튼 이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당신이 부럽네요!
복슬이
우물우물…… 당신, 초월하는 힘을 가졌지? 내 목은 구조상, 인간의 언어는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없는데 그 능력이 있다면 내 생각을 이해하는 것도 납득이 가…….
이것도 아르케이온 보관원에서 알았어. 저 얼간이는 귀중한 자료에 둘러싸인 환경에 있으면서도 그 가치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우물우물…… 아무튼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있어서 다행이야. 아까 하던 얘기 말인데, 보관원의 자료에 위기가 닥쳐왔어!
조달꾼 때문에 권연벌레가 흘러들어 왔어. 권연벌레는 종이나 목재를 갉아먹는 해충이거든. 이대로라면 귀중한 자료가 처참한 피해를 입게 될 거야!
그걸 필사적으로 설명했는데 역시 이 얼간이는 못 알아듣더라고. 그래서 이판사판이란 심정으로 동족에게 도움을 구하러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보다시피 이런 상황이 되었지…….
응웰리 티아
이 아이가 뭐라고 했나요?
세, 세상에! 보관원에 해충이……!? 그걸 혼자서 어떻게든 해 보겠다고 밖으로……
우리 복슬이가 너무 기특하네요!
에헴, 아, 아무튼 큰일이군요! 샘플만 보관원에 돌려보낸다고 문제가 해결될 상황이 아니에요……!
이 아이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 죄송하지만 추가로 보상을 더 드릴 테니 계속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
[권연벌레의 위협]
복슬이
우물우물…… 상황을 설명할게. 당연한 일이지만 아르케이온 보관원에서는 정기적으로 연금약을 뿌리는 등의 방충 대책을 실시하지.
하지만 내가 발견한 권연벌레는 살충 효과가 있는 연금약을 맞아도 팔팔해.
'신 에오르제아 박물지'를 비롯해, 몇몇 책도 살펴봤는데 문제의 권연벌레가 어느 품종인지 확인하지 못했어. 어쩌면 신종일지도 몰라.
일단 적의 정체를 알아야 대처법도 찾을 수 있어. 표본은 이미 내가 채취해 뒀으니까 곤충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에게 이걸 보여 주고 정체를 알아내야 해.
응웰리 티아
그, 그렇군요…… 그럼 메리올 실험 농장에 있는 '생물학 연구원'이 적임자일 거예요…… 어서 가서 물어보죠.
복슬이
우물우물…… 권연벌레 표본은 이미 줬잖아. 생물학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응웰리 티아
제가 미리 사정은 설명해 뒀어요. 권연벌레를 발견한 주인공이 인간과 대화하는 어린 트롤이라는 부분에서 놀라긴 했지만요…….
생물학 연구원
관리인에게 이야기는 들었어. 표본을 확인해 봤지만 이런 권연벌레는 처음이야. 아직 발견된 적이 없는 신종 같아.
연금약이 듣지 않는 이 권연벌레를 소탕하려면 먼저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 그 원산지부터 알아야 해.
복슬이
우물우물…… 처음에 권연벌레를 발견한 곳은 최근에 들여온 사베네어식의 오래된 제약도구 안이었어. 거기에 붙어서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아.
제약도구를 들여온 사람은 루가딘족 조달꾼이었지. 그 사람에게 출처를 물어보자. 아르케이온 보관원 출구로 가면 거기 있을 거야.
응웰리 티아
알겠습니다. 사잇둘레 쪽의 아르케이온 보관원 출구에 있는 '루가딘족 조달꾼'이라고 하셨죠!
생물학 연구원
방금 그 어린 트롤이 당신에게 말을 한 거야? 인간과 대화하는 트롤이야말로 신종이네…….
그러고 보니 곤충 중에도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게 있었지. 그나스라고 했던가……? 아니지, 그건 갑각류인가……?
복슬이
우물우물…… 찾았어. 문제의 제약도구를 가져온 장본인이 바로 이 조달꾼이었어. 출처를 물어보자.
응웰리 티아
할 수만 있다면 이 아이와 대화해 보고 싶어요.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루가딘족 조달꾼
제약도구의 출처가 궁금하다고? 그건 사베네어 섬에서 조달한 거야. 데미르의 유열향이라는, 연금술사들이 사는 마을에서 구했지.
연금술 초기에 만들어진 오래된 제약도구인데 현재 몇 개 안 남았다고 해서…… 주인과 오랜 협상 끝에 어렵게 얻은 거다.
복슬이
우물우물…… 이제 좀 가닥이 잡히네. 연금술사 마을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그 권연벌레는 연금약에 내성이 생긴 거야. 어서 이 사실을 생물학 연구원에게 알려 주자.
루가딘족 조달꾼
그런데 그 어린 트롤은…… 아르케이온 보관원에 수용되어 있던 샘플 아니야? 밖에 저렇게 내놔도 돼?
응웰리 티아
그게, 사정이 좀 있어서요. 아…… 그러고 보니 복슬이는 어디로 간 건가요?
앗, '생물학 연구원'에게요? 그럼 우리도 어서 메리올 실험 농장으로 가죠……!
루가딘족 조달꾼
그 어린 트롤이 마치 너와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던데 설마 아니겠지…….
응웰리 티아
역시 샘플을 보관원에 돌려보냈어야 했나……. 아, 아니에요. 혼잣말이에요.
생물학 연구원
그래, 사베네어 섬에 있는 연금술사들의 마을…… 그 말을 듣고 나니 이제 앞뒤가 맞네.
보관원에서 사용하는 방충용 연금약은 애초에 사베네어식 연금술로 만들어졌거든. 그런 곳에서 살았으니 내성이 생기는 게 당연하지.
그렇다면…… 잠깐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줘.
[특수 살충제를 만들어라!]
복슬이
우물우물…… 역시 방충용 연금약에 내성이 있었어. 무시무시하네, 권연벌레…….
생물학 연구원
좋아, 대응책을 생각해 냈어. 단순하지만, 사베네어식 연금약보다 강력한 '특수 살충제'를 조합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야.
복슬이
우물우물…… 그, 그걸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줘!
생물학 연구원
그래, 그냥 강력한 살충제를 만드는 건 간단해. 유독 성분인 '산닭개구리 독주머니'를 구해 와서 여기에 있는 약으로 조합하기만 하면 되거든.
응웰리 티아
산닭개구리…… 그 거대한 독개구리 말씀이시죠? 라비린토스의 인공 환경에도 방목되어 있을 텐데 아주 위험한 생물이에요.
복슬이
미안하지만, 어른 트롤을 쓰러뜨리는 실력의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어. 부디, 산닭개구리를 처치하고 산닭개구리 독주머니를 채취해서 가져다줘.
응웰리 티아
보아하니 이 아이가 부탁을 드렸나 보군요. 산닭개구리는 사잇둘레의 프네우마 송풍탑 근처에 있어요…… 부디 조심하세요.
생물학 연구원
이 강렬하고 자극적인 냄새…… 무사히 '산닭개구리 독주머니'를 구해 왔구나. 자, 이리 줘 봐.
좋아, 나도 약을 준비해 뒀어. 곧바로 강력한 '특수 살충제'를 조합해 보자……!
???
잠깐…….
응웰리 티아
방들린 원장님……!
방들린
보아하니 산닭개구리의 독액을 이용해서 강력한 살충제를 만들려는 것 같군요. 대체 무슨 목적이죠?
그리고 응웰리 티아……. 도망친 샘플을 확보했으면 어서 데려와야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응웰리 티아
그, 그건…… 제가 설명드릴게요.
방들린
그렇군요, 그 트롤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보관원의 위기를 염려해서 행동했다…… 무슨 사정인지는 알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신종 권연벌레를 소탕하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그렇게 강력한 살충제를 원내에 뿌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보관된 소장품이 변색되거나 파손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처리가 끝난 후에 환기 과정에서 그 성분이 밖으로 나오면 인공 환경인 라비린토스의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죠.
효과가 한정적이어도 사베네어식 연금약을 사용해 온 건 소장품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계획은 경솔하다고 할 수밖에 없군요.
신종 권연벌레 대책은 저희가 고민해 보겠습니다. 지성이 아무리 높아도 트롤은 트롤…… 샘플도 보관원으로 돌려보내겠어요.
복슬이
우물우물…… 내, 내가, 내가 다른 대처 방법을 생각하게 해 줘……! 그 훌륭한 자료 수집을 지키고 싶어!
방들린
이 샘플, 제게 뭔가를 말하고 있는 겁니까……?
호오…… 소장된 자료가 훌륭하다며…… 자신의 손으로 지키고 싶다고요?
흐음…… 저 또한 권연벌레를 발견한 공적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겠죠.
만약 성공적인 권연벌레 대책을 강구해 낸다면 당신을 단순한 생체 샘플이 아니라 지성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단, 다른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당신의 머리로 직접 생각해 보도록 하세요.
[표본의 꿈]
복슬이
우물우물…… 일단 말을 내뱉기는 했는데 다른 대처 방법을 생각해 낼 자신이 없어…….
한동안 저기서 고민 좀 해 볼게.
응웰리 티아
저 아이, 많이 우울해 보이던데요. 말은 못 알아들어도 저는 알 수 있어요.
이럴 때는 쓰다듬어 주면 기운을 내더라고요. 당신이 저 어린 트롤을…… 아니, 복슬이를 '쓰다듬어' 주시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 기운을 되찾을 거예요.
복슬이
우물우물…… 틀렸어. 아무 생각도 안 떠올라.
우물우물! 무, 무슨 짓이야……!? 날 동물 취급하지 마……!!
우물우물…… 진짜 왜 그러는 거야……?
우물우물…… 에, 에헤, 에헤헤헤헤헤헤…….
왠지…… 기운이 나네.
응웰리 티아
보아하니 평소대로 돌아온 것 같네요. 복슬이는 잘 해낼 수 있을 테니까 힘내.
복슬이
우물우물…… 이 얼간이!라고 하고 싶지만…… 보관원을 지키려다가 라비린토스까지 파괴할 뻔한 나야말로 진짜 얼간이였어.
이제 라비린토스의 연구원에게는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까 당신과 의논해야겠어.
당신은 모험가라서 이런저런 적과 싸워 왔지? 끈질긴 마물을 쓰러뜨릴 때, 대체 어떻게 해……?
일단 숨통을 끊어...
복슬이
우물우물…… 그, 그래. 그 방법을 생각 중인데…….
아니, 잠깐…… 숨통을 끊는다? 그래, 질식시키면 되겠다!
그럼 소장품이 손상되는 일도 없을 거야! 석회암에 염산을 뿌려서 발생하는 기체를 공기 중에 가득 채우면 돼…….
쇠뿔도 단김에 빼랬으니까 일단 해 보자! 염산은 나와 응웰리 티아가 준비할 테니까 당신은 석회암을 부탁해.
제33기 확장 갱도에 가면 '적당한 석회암'이 굴러다닐 거야. 몇 개 정도 구하면 아르케이온 보관원 앞으로 가져와!
응웰리 티아
대처 방법을 생각해 냈나 보네요. 저한테도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복슬이와 함께 염산을 준비해 둘 테니 '적당한 석회암' 조달을 부탁드려요!
응웰리 티아
제33기 확장 갱도가 깜깜해서 무섭지는 않으셨나요? 저는 도저히 못 들어가겠던데.
복슬이
염산 준비는 끝났어. '적당한 석회암'은 구해 왔어?
우물우물…… 고마워! 그럼 당장 보관원에서 권연벌레 소탕 작전을 시도해 보자.
우물우물…… 기체를 실내에 가득 채우는 건 성공했어. 이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돼…….
복슬이
난 말이야…… 줄곧 고독했어.
무슨 연유인지 동족보다 두뇌 회전이 빠른 개체로 태어나 부모가 멍청하게 느껴져서 반항만 하다가 버림받았거든…….
운 좋게 인간의 손에 거둬져 자랐지만 결국, 생체 샘플 취급밖에 받지 못했지. 이렇게 누군가와 대화도 할 수 없었어.
그래서 자료가 유일한 내 친구였어. 보관원 안에 갇혀 있던 나에게는 소장품을 통해 보는 광경이 세상의 전부였지.
내가 권연벌레를 해치우고 싶은 이유는 나에게 세상을 가르쳐 준 자료들을 지키고 싶어서야.
물론 내 지성을 인정받아서 좋아하는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면 기쁘겠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난 보관원을 지키고 싶어.
응웰리 티아
좋은 소식이 있어……! 복슬이가 생각한 대처 방법은 대성공이야! 권연벌레는 전멸했고 소장품에도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어!
방들린
훌륭하군요. 가장 적합한 대처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지금은 시험적으로 한 구역만 테스트했지만 곧 보관원의 모든 구역에 똑같은 조치를 취할 겁니다.
약속한 대로 당신의 지성을 인정하겠습니다. 샘플이 아닌, 지성을 가진 존재로서 대할 테니 당신은 견습 연구자가 되어 연구에 힘쓰세요.
복슬이
우물우물…… 해냈어! 내가 보관원을 지켰어……!
당신 덕분이야. 정말 고마워! 하지만 연구자가 되려면 우선 다른 사람과도 대화가 가능해야 할 텐데…….
일단 발성을 보조할 방법을 연구해 봐야겠어! 그게 내 다음 과제야!
응웰리 티아
복슬이가 기뻐하는 것 같네요. 이번 일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쭉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요, 복슬이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응웰리 티아
이, 이럴 수가…….
근데 귀여우니까 용서할래요! 자, 제가 쓰다듬어 줄게요!
복슬이
이 얼간이! 날 동물 취급하지 말라고!
응웰리 티아
아, 기다려! 도망치지 마, 복슬아……!